계획표에서 당장 없애야 할 것
어머니께 혼난 이유
제가 어렸을 적에 제 스스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하나의 습관 때문에 어머니께 혼나곤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을 때 제가 네?라고 되물은 후 곧바로 아~ 알겠어요.라고 말하는 습관이었습니다.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이고 알아들으면서 왜 쓸데없이 네?라는 말을 하냐며 저를 나무랐습니다.
저도 제가 이상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께서 저에게 “책상 정리해”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해볼게요. 저는 그 순간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방금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무슨 말이었지? 못 들었네
그러니 네?라고 되물은 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이상하게도) 네?라고 되묻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머릿속에 “책상 정리해”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인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 저의 네?라는 말에 답하시기도 전에 아~ 알겠어요라고 말을 한 거죠. 스스로도 정말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뇌과학과 인지과학,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이 습관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원래 그런 거라는 사실을요. (근데 그때는 확실히 제 뇌가 남들보다 성능이 조금 안 좋았던 것 같긴 합니다.)
여러분도 다 아는 예시를 통해서 설명을 드릴 거예요.
어? 그러고 보니 진짜 그렇네?’
예시와 설명을 듣고 위와 같은 생각이 든다면, 오늘의 멘탈레터 마지막에서 제가 이것을 어떻게 공부할 때 적용시켰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순공 시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될 테니 잘 따라와 주세요.
예쁘게만 공부하는 학생들
왜 음주 운전을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을까요?
전방에 사람이나 차가 있다는 것을 못 봐서 그럴까요? 음주+졸음이 아닌 경우, 음주 운전의 사고의 원인은 반응 속도 때문입니다. 눈은 분명히 전방을 보고, 뇌에 그 시각 정보를 전달했지만 뇌가 그것을 인식하고 판단을 내리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것이죠.
최고의 평점을 받는 골키퍼는 어떤 능력이 가장 탁월할까요?
신장, 위치 선정, 장거리 킥력 모두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반응 속도입니다. 상대팀의 선수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가에 따라서 그에 맞게끔 빠르게 반응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겠죠.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힌트를 줍니다.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고려해 본다면, 정보를 아는 것보다 그것을 활용할 때의 반응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최신형 키보드를 사서 컴퓨터에 연결한 후 “멘탈레터”라고 타자를 쳤는데 그 글자가 3초 후에 화면에 나타난다면 여러분은 그 컴퓨터를 쓸 건가요? 마우스를 클릭했는데 3초 후에 클릭이 된다면 여러분은 엄청 답답해하겠죠. (저희 어머니께서도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우리의 뇌는 컴퓨터입니다. 컴퓨터는 저장 공간이 큰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빨라야 해요. 여러분이 어떤 시험을 준비할 때 정보를 습득해서 저장하는 것,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대부분 정보를 예쁘게 배웁니다.
해설 강의를 보면 허탈한 이유
예쁘게 배운다? 그런 말도 있나요?
예를 들어서 영어 문법과 구문을 배운다고 해봅시다.
•
It that 강조구문은 이런 것이다 → 예문
•
to 부정사에는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이 있다 → 예문
•
as 형용사 as는 원급 비교이다 → 예문
이렇게 아주 예쁘게 설명해 주는 걸 듣고, 예쁘게 정리합니다. 정리해야죠. 정보를 알아야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거기서 끝이라는 겁니다.
여러분 집에 부엌칼과 양파가 어디 있는지 알고, 양파를 어떻게 써는지를 여러분이 알아요. 만들어야 할 요리의 레시피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알고 있어요. 근데 그것만 알고 요리 대회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대로(아는 것처럼) 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양파를 썰다가 손가락이 다치기도 할 겁니다. 아는 것과 실제로 쓰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여러분은 그 정보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배우지 않아요. 왜? 이 차이를 경험하는 것 자체를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는 불쾌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회피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결국 이 차이를 실전에서 경험하게 되겠죠.
시험을 망치고 해설 강의를 보면 선생님들께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부분, 이 부분 제가 다 가르쳤던 부분이죠?
다 맞혔어야 정상입니다!
뭔가 억울하죠. 다 아는 건데, 다 배웠는데 왜 써먹질 못할까?라는 생각은 결국 난 도대체 왜 이럴까? 자책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저도 고3 때 그랬습니다. 정보를 배워서 예쁘게 정리한 상태로 알고만 있지, 실전에서 써먹은 경험이 별로 없었어요. 그러니 자신이 그 정보를 실전에서 얼마나 빠르게 써먹을 수 있는지도 몰랐고, 그 속도를 높이려고 해본 적도 없는 것이죠.
기억해 주세요. 우리의 뇌는 컴퓨터입니다. 어디서 나의 속도가 줄어드는지를 파악해서 속도를 높이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실제로 나의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을 찾아야 합니다.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을 경험하는 것을 부정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계획표를 한 번 살펴보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우리의 뇌는 컴퓨터입니다.
컴퓨터의 온도가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성능이 저하됩니다. 여러분의 심리가 불안해지면 성능이 저하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면 컴퓨터의 온도가 왜 높아질까요? 컴퓨터가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너무 오래 처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뇌 또한 특정 부분을 단시간에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러면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겠죠.
특정 과목을 2시간 30분 이상 지속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보세요. 한 과목을 2시간 30분 이상 지속하면 여러분의 뇌의 성능은 급속도로 저하됩니다. 아무리 여러분이 그 과목을 좋아한다고 해도요. 강의를 듣는 그 순간에 이해가 잘 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피로감을 느끼는 뇌는 들어온 정보를 이해하는 데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기 때문에 이해한 후에 정보를 제대로 저장해 낼 수가 없습니다. 분명 강의를 듣고 이해는 했는데 다음 날 또는 며칠 뒤 ‘배웠고 이해했다’는 사실만 알고, 실제로 문제 풀 때 그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한 학생들이 있을 거예요.
특정 과목을 2시간 30분 이상 지속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보세요. 해당 과목의 하루 총 공부 시간을 줄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4시간 공부해야 한다면 2시간+2시간 또는 2시간 반+1시간 반 이렇게 쪼개서 그 사이에 다른 과목을 넣어 공부하라는 말이랍니다.
여러분에게 앞으로 공유해 드릴 계획 관련 팁들이 많이 있지만 일단 이것부터 실천해 보세요. 여러분의 순공 시간을 최소 10시간으로 늘리는 데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될 거예요.
우리 함께 시작한 이번 한 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저는 바쁘고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원하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응원할게요
AMATDA
Less Pain, Yes Gain.
노력을 실력으로,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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