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레터 ⑦

수학실수 때문에 걱정된다면

1.

어이없는 수학 실수를 해서 점수가 깎이면 정말 속상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자신이 한 실수를 살펴보면 도대체 그 순간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는지 기가 찹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실수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고 불안해집니다.
이처럼 한 학생의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저처럼 많은 학생들의 수학 실수를 수집해서 확인해 본 사람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실수는 분명 해결 가능합니다. 이러한 실수가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일종의 패턴이 있기 때문이죠.
그 패턴의 핵심은 바로 Tension(긴장도)입니다.
“너무 긴장하면 실수가 일어날 수 있으니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시험을 쳐야 한다”라는 뻔한 이야기를 할 거라 생각하는 학생들은 없겠죠? 쉬운 문제인데 뻔히 주어진 조건을 놓쳐서 문제를 틀리는 경우, 마찬가지로 주어진 조건을 보지 못해서 한참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 어려운 객관식 문제는 잘 풀었는데 쉬운 주관식 문제를 어이없게 틀리는 경우, 문제를 다 풀어놓고 마지막 순간에 말도 안 되는 실수로 인해 문제를 틀리는 경우. 이 모든 경우가 오늘의 핵심 키워드인 Tension과 관련이 있습니다.

2.

우리가 시험을 치는 동안 Tension은 절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긴장감의 정도는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그렇다면 긴장감이 너무 높으면 실수가 발생되는 걸까요?
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긴장감이 높다고 해서 실수가 발생하고, 긴장감이 낮다고 해서 실수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Tension의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이죠.
문제를 다 풀어놓고 마지막 순간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Tension이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휴.. 이제 다 풀었네
이런 생각하는 순간, 높았던 긴장도가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쉬운 주관식 문제를 어이없게 틀리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객관식 문제를 풀다가 주관식 문제로 넘어가면 우리는 잠시 긴장이 풀리게 됩니다. 어려운 객관식 문제를 풀면서 긴장도가 평소보다 높은 상태가 되었다가 쉬운 문제로 넘어갈 때 Tension의 급격한 하락이 일어나며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죠.

3.

그러면 이러한 실수는 Tension이 높은 상태에서 낮아지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뻔히 주어진 조건을 놓쳐서 쉬운 문제를 틀리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는 Tension이 낮은 상태에서 급격하게 높아지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근데 왜 쉬운 문제를 풀고 있는데 Tension이 높아지는 걸까요?
그 이유는, 쉬운 문제니까 빠르게 풀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급함이 Tension을 급격하게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학생들의 실수를 분석하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쉬운 문제에서 조건을 놓치는 경우가 시험지 왼쪽 페이지의 첫 번째 문제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었죠. 저도 수험생 때 왼쪽 페이지의 첫 번째 문제를 틀린 경험이 많았는데 몇몇 학생들도 그렇다는 걸 보고 처음에는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의 실수 데이터를 수집하면 수집할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했고, 학생들을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 이 특이한 현상의 원인 또한 Tension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왼쪽 페이지의 첫 번째 문제를 풀기 직전에 학생들이 꼭 해야 하는 행동이 무엇일까요?
네,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이죠. 쉬운 문제이니 빨리 풀어야 한다는 조급함과 물리적으로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는 행위가 더해지면서 다른 문제를 풀 때보다 Tension이 순간적으로 더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지의 왼쪽 페이지 첫 번째 문제 초반부에 뻔히 주어진 조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슥-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저는 이렇게 Tension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수험생 때 쓴 방법인데 처음엔 조금 의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이게 진짜 도움이 되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기해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더 많았거든요.

4.

정말 간단합니다. Tension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특정한 상황에서 잠시 1초라도 멈추는 겁니다.
지금 내가 실수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구나
Tension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에 이렇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 실수를 범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수험생 때 수학 시험이 시작되면 시험지를 빠르게 넘기면서 모든 페이지의 상단 모서리에 “”이라고 다 써놓고 돌아와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조급함에 Tension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경우에 그 을 보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고, 어려운 문제를 풀다가 쉬운 문제로 넘어갈 때도 을 보면서 과도하게 긴장이 풀리는 것을 방지하였습니다. 반대로 을 보면서 현재 나의 Tension이 너무 높아지진 않았는지 낮아지진 않았는지 점검하기도 했죠.
문제가 막혀서 고민하다 실마리를 찾아서 풀 수 있게 되었을 때, ‘아, 됐다!’라는 생각이 들어 Tension이 순간 느슨해지면 ‘지금이 취약한 상태야’라고 인지하고 조금 더 집중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저는 Tension과 관련된 어이없는 실수의 빈도를 줄여나갔고, 고3 첫 수능을 준비하며 친 거의 모든 시험에서 실수를 밥 먹듯 했던 저는, 두 번째 수능을 치면서는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고 수학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고3 때의 저처럼 수학 실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수많은 학생들에게도 이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주었구요. 학생들은 이걸 ㅎ부적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수능 당일 처음으로 적용해 본다면 어색할 수 있지만 모든 페이지에 ㅎ을 적는 건 1분도 안 걸리니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시험 중에 멘탈이 흔들릴 때 ㅎ을 보면서 저희가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수능 때 말도 안되는 실수로 인해 마땅히 받아야 할 점수를 잃는 경우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AMATDA 우물쭈물 대지 말고, 자신있게 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