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레터 ①

수능장 빌런, 이렇게 대처하세요

1.

예민한 정도는 학생들 저마다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여러분 개개인이 느끼는 예민함은 수능이 다가올수록 최대치를 찍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틀 후 여러분은 지금껏 여러분이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큰 압박감을 느끼는 순간을 맞이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전에는 처해본 적 없는 상황을 맞이한다는 말은 여러분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모습들 중 하나가 극도의 예민함이 될 수 있는 것이구요.
이러한 예민함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여러분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해지고, 그로 인해 여러분의 목표에 도움이 되는 이성적인(합리적인) 행동보다는 감정적인(충동적인) 행동을 하며 스스로를 무너뜨리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오늘 제가 말씀드릴 예민함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수능날 스스로..
많이 중요합니다. 조금만 더 집중해 주세요.
여러분은 스스로 수능 당일 여러분의 실력을 제한시켜 버리게 될 겁니다. 참 안타깝고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입니다. 재수/N수생들 중에는 이미 이러한 경험을 해본 학생들도 있을 거예요.

2.

수능이 다가오면 왜 예민해질까요? 아니, 왜 예민함이 극에 달할까요? 시험이 다가오니까라고 아주 간단하게 대답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대답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예민해지는 이유는 여러분 스스로가 (뇌과학적으로는, 여러분의 무의식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여러분의 무의식은 끊임없이 “내가 수능을 못 쳐도 되는 이유 어디 없나?”라는 물음을 가지고 주변을 탐색합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많은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심지어 의식적으로 자신이 수능을 못 쳐도 되는 이유를 찾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만납니다. 해마다 수능 직전 학생들의 눈물의 고백을 듣기도 하죠.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본능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본능과 무의식은 그 누구보다 여러분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싶어 하고, 또 여러분의 존재의 가치를 지켜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여러분의 무의식과 본능은 장기적인 결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거죠.

3.

내가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결국 목표를 못 이룬다면,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규정짓게 될 겁니다. 그러면 나의 자존감은 박살이 나겠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본능은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게 될 가능성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요?
안 해서 못한 사람, 즉 제대로 하면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나 스스로 직접 수능을 포기하는 건 나의 자존감에 치명타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은 내가 안 해서 못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럴듯한 이유를 외부에서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찾으면서 예민해지고 더 예민해집니다.
아 저 새X 다리 X나 떠네. 와.. 저 새X 담배 냄새 개쩌네. 아, 어떤 새X가 자꾸 볼펜을 딸깍거려. 하.. 저 새X는 시험지를 왜 저렇게 넘겨.

4.

이제 왜 점점 더 예민해지는지 이해가 되시나요?
외부적인 요소가 나를 방해하는 순간, 그 요소를 나의 실패의 합리적 이유로 삼는 거예요. 그 새X를 탓하면, 내가 성공하지 못해도 나 자신에게 화살이 향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사고가 정말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나요?
그저 합리화에 불과한 게 아닐까요?
이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는 명확해졌습니다. 제대로 하면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지닌 채 살기 위해 절대로 제대로 도전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보다, 열심히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가슴에 품고도 매일 도전하며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수능 당일에도 마찬가지입니다.

5.

근데 어쨌든 빌런들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제가 재수할 때도 저희 반에 다리 떠는 애들이 있었죠. 시도 때도 없이 볼펜을 딸깍 거리는 애들도 있었어요. 책을 막 넘기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애들을 보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버렸습니다.
고맙네? 수능날 저런 애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지금부터 이렇게 익숙해지면 수능 칠 때 신경 안 쓰일 거 아니야. 너무 고마운 존재다.
그들을 내 목표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규정하니 그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웠어요. 물론 이러한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강력 빌런들이 출몰하기도 합니다만, 그럴 때마저 견뎌낼 수 있다면 그보다 약한 빌런들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더욱 고마웠습니다.
여러분이 시험을 치는 고사장에도 빌런들이 존재할 확률은 꽤 높습니다. 빌런을 만나더라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사고하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수능을 못 쳐도 되는 이유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는 여러분의 무의식과 본능이 여러분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6.

분명 거슬리는 환경, 상황,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점점 더 예민해질 겁니다. 그럴 때는 제가 이번 레터를 통해 들려드린 이야기를 기억해 주세요.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반응이 아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여러분의 시간과 노력이 쌓여 여러분이라는 한 사람을 빛내주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또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AMATDA 우물쭈물 대지 말고, 자신있게 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