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번 달에 친구 결혼식을 다녀왔어요.
어.. 그런데 하필 친구 결혼식 날짜가 4월 1일인 거예요ㅎㅎ
그래서 처음에 청첩장 받았을 때
만우절 몰카를 이런 스케일로한다고?라는 생각을 잠시 했어요.
실제로 제 군대 후임이 만우절에 그런 장난을 쳐서 속은 적이 있었기도 했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결혼한 친구는 10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장난은 아니겠구나 했죠.
결혼식이 부산이었어요.
제가 사는 곳이랑 꽤 거리가 있고 또 오전에 식이 있어서 다른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이랑 하루 전에 옷이랑 일할 거 다 챙겨서 미리 내려갔습니다.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 날 결혼식장에 갔죠.
근데 진짜 결혼을 하는 거예요. 뭔가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친구가 결혼하는 거는 뭐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건 뭐냐면, 제가 부산에서 멀티 충전 포트를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아.. 너무 충격이었어요.
이쯤 되면 얘가 지금 장난하나 싶은 학생들이 있을 텐데
장난하는 게 아니라
제가 이 충격을 받은 뒤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여러분이 앞으로 공부하는데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한번 끝까지 들어보세요.
안녕하세요. 수능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바나나기차입니다.
오늘은 제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을 좀 편하게 풀어나가보려고 해요ㅎㅎ 그래서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다듬어지지 않은, 좋게 말하면 친근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네요.
자기 전에 눈감고 편하게 들어보세요. 그러면 시작해볼게요.
제가 음.. 소위 말하는 앱등이거든요.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당연히 애플펜슬도 있겠죠?
그리고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
다 가지고 있어요. 한 번에 산 건 아니고 아이폰을 시작으로.. 천천히 모으다가 최근에 애플 워치까지 사면서 완전체가 됐죠.
아무튼 전자기기가 많다보니 충전하려면 멀티충전포트가 필수예요.
근데 이걸 잃어버린 거죠. 부산에 결혼식 갔다가.
다행히 제가 멀티충전 포트를 2개 가지고 있었어요.
원래는 하나였는데, 제가 카페에서 일을 자주 하다보니까 집에 설치해 놓은 걸 코드 뽑고 선 다 가방에 챙겨서 카페에 가지고 갔다가, 또 일 끝나면 집에 와서 다시 다 설치하고.. 너무 귀찮은 거예요. 심지어 고향에 내려갈 때는 그걸 울산까지 다 들고 내려갔다가 다시 챙겨 오기도 해야 되니까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있는 건 집에서만 쓰고, 업무용으로 항상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도록 하나를 더 구매한 건데
어떻게 됐다구요?
친구 결혼식 가서 잃어버렸어요. 찜질방에서 잤는데 거기다 놓고 온 것 같아요.
얼마나 충격적이에요?
잃어버리고 나니까
다시 너무 귀찮더라구요
집에 오면 다시 꼽고, 일하러 가면 또 빼서 챙겨 가고…
있다가 없으니까 더 귀찮은 거예요.
하나 더 사면 되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 분명 있을 거예요.
그렇죠 하나 더 사면 바로 해결되죠. 저도 그럴려고 했어요.
제가 똑같은 거를 사려고 검색을 했죠.
아니 가격이 두 배가 된 거야. 완전히 똑같은 제품인데..
집에 있는 거 잘 쓰고 있어요. 근데..
하.. 이걸 두 배 가격으로 사려니까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다른 가성비 있는 거 찾아 보려고 했지만
제가 전자기기를 한 번 사면 진~짜 오래 쓰거든요.
제발 나좀 죽여줘~할 때까지 써요. 그래서 꼼꼼하게 찾아보고 구매해요.
집에 있는 거 살 때도 유튜브에서 제품 추천 영상 다 찾아보고 상세 페이지 다 따져보고 하느라 고생했는데
그걸 또 하려고 하니까 엄두가 안 나는 거죠. 바쁜데..
그래서 계속 귀찮음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쌓여 가다가
우연치 않게 충전포트를 새로 사지 않고 이 귀찮음과 스트레스를 딱 해결해버렸어요.
해결하고 나니까
멀티포트를 잃어버린 게 너무 행운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자 여기서부터가
여러분들의 학습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집중해주세요.
제가 학생들이랑 대면상담할 때 자주 말해주는 두 가지가 있거든요.
하나는, 리추얼 나만의 의식 같은 걸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저는 재수생일 때 매일 아침마다 교실에 와서 포스트잇에 저만의 문구를 적고 하루를 시작하는 저만의 의식이 있었습니다.
이런 리추얼은, 어떻게 보면 학습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저만의 문구를 적는다고 지식이 늘어나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이 리추얼이라는 건 저의 마인드셋, 사고방식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리추얼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물리화’라는 게 있어요. 다른 분들은 시각화라고도 하는데 시각화는 눈 감고 원하는 걸 떠올리는 심상화랑 비슷하게 쓰이기도 해서 그거랑은 구분하려고 저는 물리화라는 표현을 씁니다. 내 눈에 물리적으로 직접 보이게 만드는 걸 말해요.
리추얼과 물리화 이 두 가지를 이용하니까 제가 겪던 문제가 그냥 해결이 돼 버렸어요. 돈 굳었죠?ㅎㅎ
제가 집에서 카페로 일하러 갈 때 집에 세팅되어 있는 멀티충전포트를 뽑아서 가방에 챙기는 그 귀찮은 행위를
나의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나만의 의식으로 삼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해봤는데
딱 그 순간부터 모든 게 다 바뀌어버렸어요. 스트레스를 하나도 안 받게 되더라구요.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드릴게요.
제가 보통 혼자 일하다보니까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가끔씩 집에서 밍기적거리는 경우가 생겨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밍기적거리다보면 시간 후딱 가버리거든요?
근데 멀티포트를 뽑아서 챙기는 걸 저의 리추얼로 삼아버리니까
밍기적거리다가도
책상 위에 세팅되어 있는 충전포트를 보면
충전포트가 지금 이 시간에 왜 여기 꼽혀 있지?
왜 나는 아직 얘를 뽑지 않았지? 가방에 챙기지 않았지?라는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이전까지 얘는 그냥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였어요. 저거 또 귀찮게 뽑아야 하네. 이런 생각이 들었었죠.
그런데 이제는 내가 밍기적거리고 있다라는 걸 알려줌으로써 나의 나태함을 끊어줄 수 있는 물리적인 장치가 된 거예요. 고마운 존재죠.
이제는 멀티포트를 뽑는 게 기분이 좋아요.
카페에 도착했을 때도 얘를 콘센트에 꽂으면서
이제 일 시작한다! 제대로 해보자! 이렇게 한 번 더 의식적으로 다짐할 수 있고
일 끝내고 집에 다시 돌아와서 다시 세팅할 때, 아 오늘도 일 열심히 하고 왔네. 의식할 수 있고.
저에게는 출퇴근이라는 게 제 머릿속에 관념으로만 존재했어요. 나름대로 시간을 정해놓긴 했지만
물리적이지 않고 관념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에 제가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다른 데 한눈이 팔려 있을 때
이 관념이 제 머릿속에서 희미해져서 제가 의식하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때가 있었는데
멀티포트는 어때요?
제 관념 속에 존재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죠.
제가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에,
물리적으로 계속 실재하면서 제 눈 앞에 알짱거려요.
파란색 불도 들어오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저한테 신호를 줄 수 있는 거예요.
이해됐죠?
리추얼과
이 멀티포트 하나만으로도 제가 정말 많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그러니까
저는 이 멀티포트를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잃어버린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절대로 이제 멀티포트를 안 살
깨달음 얻었으니까 사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은 당분간은 안 살 거예요.
그러면 이제 여러분의 학습에 적용시켜 봅시다.
여러분도 매일매일 해야 하는데 하기 귀찮은 일이 있을 거예요.
뭔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귀찮은 행위를 여러분만의 리추얼로 만들어 보세요.
근데 단순히 관념적인 리추얼 말고 여러분에게 계속 자극을 줄 수 있는 물리화되어 있는 매개체를 정해서 그걸 이용한 리추얼을 만들어보세요.
예를 들어 영어 단어 외우는 거
어우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받죠?
근데 매일 매일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모르는 학생들 없잖아요.
아침에 와서, 오늘 외울 단어를 포스트잇에 적으세요. 40개 정도 적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겠어요?
물론 한 장에 다 적는 건 무리고. 한 4장 정도에 나눠서 적어서 모서리에 붙이는 걸 리추얼로 만들어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의 의지와 상관 없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포스트잇이 여러분 눈 앞에 계속 알짱 거릴 거예요.
그때마다 한 번씩 확인해주면 되는 거죠.
단어장 펴서 30분~1시간 이렇게 쳐다보는 거 생각만해도 스트레스 받잖아요. 근데 이렇게 리추얼로 만들어버리면 바로 해결이 됩니다.
제가 영어단어를 예시로 든 이유가 있어요.
상담하다보면 성적과 상관 없이, 그리고 시기와 상관 없이
공통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게 영어 단어거든요.
그래서 제가 예전에 영어 단어 관련한 클립을 올린 적도 있고
요즘에 제가 영어 단어 관련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이랑 같이 매주 만나서 회의하면서
영어단어가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여러분을 해방시켜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렇다고 해서 ‘어, 그럼 그때까지 기다려야지’ 이러지 마시고, 일단 오늘 제가 간단히 설명해드린 리추얼, 물리화를 적용시켜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시면
이렇게 제 개인적인 일상을 공유하면서 도움을 주는 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
다음에 또
그리고 제가 이게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 리추얼을 만든 게 아니거든요.
저는 정말 리추얼
리추얼 그리고 물리화에 중독된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이 멀티포트 보고 귀찮은데 그걸 떠올릴 수 있었던 거죠.
제
가 어떤 것들을 해나가는지는 여러분들한테 차차 칼럼을 통해서 하나씩 알려드릴 거고 그리고 그냥 이거는 그냥 제가 하는 거잖아요.
제가 저 스스로
제가 여러분들한테 여러분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떤 리추얼 있죠 정말 귀찮은 거 정말 하기 싫은 거 그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어떤 만들고 있어요.
실제로 지금도 팀원들이랑 매주 매주 한 7시간 또는 10시간
넘게 이렇게 만들고 있거든요. 제품을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이 작품이 여러분 나오면 나오는 과정을 제가 여러분들한테도 밝히면서 또 여러분들이 이 제작 과정에 참여를 해서 여러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끔 제가 할 거거든요.
이 리추얼 여러분 정말 여러분 깜짝 놀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