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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훈이형의 두 번째 편지

N수생들이 빠지는 함정 ①

과거를 청산해버린다

과거에 연연하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가슴 아팠던 과거,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결과. 분명히 되돌아보기 싫을 겁니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고 과거를 청산해버리는 것은 자기객관화의 기회를 버리는 행위입니다.
겸손하게 기초부터 다지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그런 핑계로 자기 객관화의 기회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지금 안 하면 또 다시 반복됩니다.
미래에 대비하는 것, 그리고 그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이 중요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과거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그걸 토대로 현재를 가꿔나가야 내가 바라던 미래가 펼쳐질 수 있습니다.
난 진짜 공부를 안 했어서 그런 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가장 위험한 상태입니다.
수능에서 실패한 학생들은 전부 공부를 열심히 안 한 학생들일까요? 정말 열심히 했지만 다양한 이유로 실패한 학생들도 많습니다. 본인이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실패했으니 공부를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1차원적인 생각은, 안타깝지만 수능을 말아먹기 딱 좋은 생각입니다. 지식적인 측면에 너무 몰두하다보니 그 이외의 건강, 멘탈 그밖에 다른 변수들은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로 수험 생활을 하다 마지막에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죠.
저의 경우에는 계획, 건강, 실수 이 세 가지가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계획을 안 세운 것은 아니었지만 단기적인 계획만 세워놓았기 때문에 수능이 다가올수록 계획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거기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고 실수까지 남발하게 되니 저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멘탈까지 흔들렸습니다. 그래도 워낙 긍정적이었던 터라 끝까지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수능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역시나 처참한 성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목표에 비해서는요.
이렇게 저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을 재수를 시작하기 전에 파악한 후에 이를 보완주면서 공부를 하니 점점 확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 된다면 이건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구요.
앞으로도 제가 겪은 경험과 제가 상담을 진행한 학생들의 사례를 토대로 칼럼을 계속 업로드해 보려 합니다.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좋아요와 팔로우로 혼내주시면 감사히 혼나고 스스로 더 채찍질하며 칼럼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팔로우 해두시면 수능날까지 칼럼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실패할 수 있는 이유, 슬럼프 대처 방법, 실수를 관리하는 법, 공부량 늘리는 법, 각 시기별 미리 알아두면 좋은 내용 등등 다양한 칼럼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N수생들이 빠지는 함정 ②

과욕을 부리게 된다

목표는 높게 잡으세요. 하지만 처음부터 과욕을 부리지 마세요. 새롭게 시작한다는 희망으로 부푼 마음이 미래에 가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앞으로 이렇게만 하면 언제까지 이걸 끝내고 언제까지 이걸 끝내고 몇 월까지 몇 등급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죠. 할 수 있을 것만 같죠. 이번에는 뭔가 다른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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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을 끼얹어서 정말 죄송하지만, 이 마음 상태가 정말 위험한 마음 상태입니다. 이 마음 상태가 절대로 여러분의 기준점이 되면 안 됩니다. 이 마음상태가 여러분의 기준이 되는 순간, 여러분의 앞으로의 마음 상태는 계속 최저점만 갱신할 뿐입니다.
연애를 할 때, 상대가 나에게 잘해주는 것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그 상대가 조금만 못해줘도 내 심정은 힘들어집니다. 아니, 심지어 잘해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에 정말 잘해주었던 그 최대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상대가 아무리 잘 해주어도 기분이 좋지 않겠죠. 이런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로, 의욕이 가득 찬 상태로 시작하게 된다면 과욕을 부리게 되는데 그 의욕은 언젠가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의욕이 사라질 때가 있을 거라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진짜 그때가 왔을 때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초반에 열심히 해도 중간에 타격을 입고 슬럼프에 빠져서 시간을 낭비하게 되면 의욕이 넘칠 때 세운 목표와 계획을 달성할 수 없게 됩니다.
나의 최저점을 예상하고, 회복 탄력성을 길러야 합니다. 내가 잠시 쓰러지더라도 최대한 빨리 원상태로 복귀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이 요소들이 계획에 반영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배수의 진을 친 장수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는 나약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당장 유튜브라는 배를 타고, 웹툰이라는 비행기를 타고 떠날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죠.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에 찬 자신의 모습이 진정한 자신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그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지치게 됩니다. 이건 필연입니다.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말을, 확신을 가지지 말라는 말로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발걸음을 막 뗀 순간 우리가 가진 것은 절대 확신이 아닙니다. 의욕일 뿐입니다.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은 절대 확신이 아닙니다. 한 순간 의욕에 불타올라 급발진 하는 것일 뿐입니다. 내가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게 해주는 힘이 절반의 확신이고, 그 절반의 확신을 가지고 내가 그린 미래가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 완전한 확신입니다. 내가 ‘가져야지’ 한다고 가져진다면 그게 정말 확신일까요?
자신을 믿으세요. 할 수 있다 믿으세요. 다만 그 믿음의 바탕은 단지 새롭게 시작한다는 사실로부터 온 과욕의 상태가 아니라, 실패 원인의 제거와, 앞으로의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로부터 얻어질 통찰과 안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이 생각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N수생들이 빠지는 함정 ③

실패 원인이 공부량 있다고 착각한다

과거를 돌아봄 없이 청산해버리고 과욕을 부리면 자연스럽게 이런 착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자신이 지난 수능을 준비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드는 학생들,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기적을 만들어 내보겠다고 다짐한 학생들이 이런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충분한 공부량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입니다. 다른 조건이 다 동등한 상황에서 공부량이 많아진다면 더 높은 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을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편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자기 객관화, 체계적인 계획, 멘탈 관리, 건강 관리, 실수 대처법, 실전 경험 등등 여러 조건들이 있기 때문에 공부량을 원툴로 달려나가다보면 한계를 맞이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쉽게 비유해서 말하자면, 게임을 할 때 ‘난 힘으로 다 때려 부술 거야’하고 무지성으로 힘 스텟(공부량)만 다 올려버리면 민첩성, 지력, 운, HP, MP가 모자라서 레벨에 맞는 무기도 못 끼고 제때 2차/3차/4차 전직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게임은 그래도 현질해서 복구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시간을 돌리는 게 불가능합니다. 되돌리는 대신에 +1년을 더 해야 하는 것이죠. 까딱 잘못하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시기 중의 1년을 더 바쳐야 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언제까지 이런 구조가 지속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우리가 처한 현실, 도전하려는 현실은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①, ②편에서도 말씀드렸듯, 과거를 돌아보고 처음부터 과욕을 부리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간절해지세요. 간절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실패 요인을 파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직 덜 간절한 게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후에도 멘탈과 변수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해드릴 예정인데, 저는 서울대가 너무 가고 싶어 1년간 똑같은 시간에 화장실에 갔으며, 수능날 감기로 고생할까봐 2주 전에 미리 감기를 걸릴 수 있게 새벽에 산 속을 돌아다니는 미친 짓을 했습니다. 멘탈 관리는 2월부터 시작했구요. 사람은 간절한 만큼 자신과 환경을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그 간절함 만큼 통제를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초연해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은 통제하지 않았으면서, 마지막에 가서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했으니, 이제는 정말 하늘에 달렸다는 마음가짐으로, 즉 진인사대천명의 마음가짐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해야 하고, 그 시작은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에서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간단한 가이드라인을 드리며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제하지 못한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식적인 측면 이외에 내가 놓친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희훈 드림